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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이에 공부가 되겠나?
1997년에 기술사 이재언 씀
4년전 우리 공장의 생산설비 증설로 인해서 수전설비 용량을 950 KVA 에서 1700 KVA 로 증설해야 할 필요가 생겼는데, 수전용량이 1000 KVA 를 초과하게 되니 전기 안전관리 담당자를 새로 채용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회사 형편도 안 좋은데 직원을 늘린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직원 한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사장님밖에 안계신데 사장님이 기사 자격을 따시면 될 것 아닙니까?” 하고 말을 하기에 “이 사람아, 이미 반백이 넘은 내 머리를 보게. 내 나이 이미 50 이 넘어 섰는데 나보고 지금부터 전기 공부를 다시 하라는 말인가?”하고 일소에 부쳐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후 생각해보니,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면서도 기사 자격증하나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어차피 미쩌야 본전 아닌가, 되고 안 되고는 나중 문제고 일단 시험을 쳐보기나 하자. 머리 허연 사람은 시험장에 들어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점에 가서 전기 기사 1급 수험 준비서를 한 보따리 사다 놓고 전기 자기학 문제부터 풀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이십 수년 만에 다시 보는 전공서적은 그저 감~감~ 하기만 할뿐 이었다. 특히나 미적분을 이용해서 푸는 문제는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헛 고생 그만하고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해 보았으나, 남자가 한번 칼을 뽑았는데 중도 포기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번에는 미분적분학 책을 한 권 구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예를 들어 삼각함수의 미적분을 하려면 삼각함수 공식을 알아야 하는데 이게 나의 메모리에서 모두 지워진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이번에는 고등학교 수학 참고서인 수학 정석을 사서 삼각함수, 지수 대수함수, 쌍곡선 함수, 행렬식 등 필요한 부분만 공부하고 나서 다시 미분적분학에 도전하여 미적분 공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후에 본격적으로 시험과목의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남들은 나이가 들면 암기가 안 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없이 반복해서 읽고 쓰고 들으면 외워지는 법이다. 한 권의 책을 다 보고 나서는 그 내용 중에서 중요하거나 암기해야 하는 것들은 자신이 녹음해서 차의 카세트에 꽂고 다니며 수없이 반복해서 듣는 것이다. 그 당시 나의 경우 하루에 차 타는 시간이 평균 3시간이었는데 이 시간에 가장 많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리하여 1994년 8월 1급 전기기사 자격을 취득했다. 공부를 시작한지 1년반 정도가 지난 후의 일이었다. 합격자발표 자동응답 전화로 “합격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하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하늘이 핑그르르 도는 것 같은 현기증을 느꼈다. 드디어 해낸 것이다! “나이 50 이 넘어 머리가 허연 사람이 돋보기 쓰고 앉아서 공부해도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과 감격이 전신을 휘 감았다.

어렵게 다시 시작한 공부이니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계속 공부해서 1995년 2월에는 1급 전기공사 기사 자격을 취득했고, 1995년 10월에는 건축전기설비 기술사 자격을, 1996년 8월에는 발송배전 기술사 자격을 취득했다. 그리고. 작년 5월 발송배전 기술사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날부터 발송배전 기술사 과년도 문제 해설집을 쓰기 시작해서 지난 1997년 5월 19일 출판 되기까지 또한 공부와 연구의 연속이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4년간은 내가 내 인생의 어느 때 보다도 공부를 가장 많이 했고, 또한 보람되게 보낸 시간들 이었다. 결국 내 인생은 나이 50 에 새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 나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계속해서 공부와 연구를 해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혹시 나이 50 도 안된 사람이 “내 나이에 공부가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나는 단호히 말해주고 싶다.“하고자하는 의지만 있다면 물론 된다!”고.